오르세 미술관에 무료입장하다

솔잎’s 노트: 나에게 오르세 미술관은 가도 가도 또 가고 싶은 곳… 그런곳이다. 세기의 작품들 앞에서 나는 숭고함에 사로잡혀 모든 것을 잊고 그들이 표현하고자 했던 기쁨, 환희 외로움, 슬픔의 세계로 빠져든다.

musee-d-orsay 100_5201-orsay-gallery요즘 너무 성공의 자세 혹은 창업에 대해서만 쓴 것 같습니다. 주제를 좀 바꾸어 볼께요.
어제는 밤 7시 반부터 파리의 모든 미술관, 박물관에 무료로 입장할 수 있었어요.

파리 뿐이 아니라 다른 유럽국가들에서도 진행된 이 행사는 La nuit européenne des musées라 불리는데 전 미술관과 박물관을 저녁시간동안 무료입장 할 수 있게 하는 행사예요. 2005년 시작되어 매년 봄 이렇게 하루 정하여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오르세 미술관을 찾았습니다. 줄서는 것을 무척 싫어하는 성격이지만 오르세 미술관은 예외예요. 제가 파리에서 제일 좋아하는 미술관이거든요. 기다리는 줄이 좀 길어보여서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돌리게 하기도 하지만 사실은 줄이 금방 빠져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요.

제가 도대체 저 미술관은 도대체 언제나 되야 줄이 없을까 해서 평일에도 그 앞을 지나가 보고, 아침 점심 저녁때쯤 다 지나가 봤는데, 단 하루도 줄이 길지 않은 날이 없어요. 그만큼 많은 사랑을 받는 미술관이고 정말 그럴 만해요.

처음부터 미술관을 좋아한 건 아니예요. 시간을 내서 가야 한다고 생각했고, 미술 작품들 앞에서는 도대체 무엇을 생각해야 할까라는 애매함에 파리에 오래 살면서도 가지 않았어요.

처음 갈때는 속성으로 훝어봤구요. 그 다음에 갈때는 그 누구보다 민첩하게 요리조리 다니며 좋아하는 작품들만 편식해서 봤어요. 그러다 서서히 하나씩 하나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지금은 한작품 한작품 설명도 읽어가며 감상하게 되었습니다. 한번 본 작품을 다시 만나보면 반갑고 그래요. 다시보면 또 다른 느낌이고, 가까이서 볼때와 멀리서 볼때의 느낌이 또 다르더라구요. 특히 스케일이 큰 그림들이나 점묘화들이 그래요.

아직도 그림 앞에서 정확히 어떤 생각을 해야 하는지는 모르지만,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어떤이는 테크닉을 보고, 또 어떤이는 그림이 이야기하는 바를 보려 하고… 저는 그냥 그 앞에 설때 숭고해져요. 그곳에 그들은 역사의 흔적을 남겼고, 그들의 혼이 담겨져 있죠.

오르세 박물관에는 인상파화가들의 전시관과 후기 인상파 화가들의 전시관이 특히 유명하고 관람하시는 분들도 가장 많아요.

르노아르의 그림은 보기만해도 기분 좋아지는 경쾌한 작품들이 많죠, 인상파 화가들중에 가장 긍정적인 사람이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 발레나 오케스트라 공연을 좋아했던 것 같은 드가. 작년 파리에서 열렸던 드가의 누드화 전시회는 정말 대단했죠.

Monet Poppies 1873

모네는 천재가 아니었을까… 그가 빛을 담아 그린 풍경화들을 보면 마법같이 아름답죠. 파리에서 주로 활동했던 그의 그림들엔 파리의 역사가 들어있습니다. 시슬리의 아침풍경은 안개마저도 서정적이네요.

Sisley Le brouillard, Voisins 1874

세잔느의 그림들이 인상파 전시관에 가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구도적 측면과 테크닉면에서 그들을 앞섰지요. 그의 그림들에선 피카소의 작품에 영향을 미친 흔적들을 요소요소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반고흐. 사실 오르세 미술관엔 그의 그림이 많지 않아요. 하지만 그의 서글픈 눈이 인상적인 자화상, 프랑스 남부의 풍경을 너무나도 아름답게 그린 그의 풍경화, 론강의 아름다운 별밤…. 그를 느끼기엔 충분한 작품들입니다.

Seurat Circus 1890쇠라 (Seurat)의 점으로 찍어 그린 정교한 풍경들은 주관적인 인상파를 뛰어넘어 정교함과 사실성이 강조됩니다.

제가 미술관을 가면 항상 궁금한 것이 있어요. 사실 전세계에 엄청난 숫자의 화가들이 있잖아요. 도대체 그 가운데 어떤 그림들이 세기를 걸쳐 기억되고 전시되는 것일까요 ? 엄청난 영광이잖아요. 도대체 어떤 특별한 점들이 그들을 기억되게 하는 걸까요 ? 오르세 박물관에는 가령 19세기의 아프라카나 서남아시아를 그린 작품들이 있는데, 역사적 측면에서 유용하고, 작품의 사이즈로 봐서도 왕이나 귀족의 주문이나 서포트로 그려진 그림같아요. 그런 작품들이 역사에 남는 건 어찌보면 당연해요. 쇠라의 작품으로 보자면 확실히 한차원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려 혁신을 이뤄낸 그림들도 역사에 남겨지죠. 그런데 단순한 정물화나 풍경화는 도대체 왜 누구의 그림은 남겨지고 누구의 그림은 잊혀지는지는 걸까요?

자정이 다되어 나왔는데 다리가 아프기는 커녕 그냥 그곳에 있을 수 있어서 기뻤어요. 곧 또 한번 가야하지 않을까 싶네요.